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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사고 나도 외국인 노동자 배정… 고용허가 점수제 ‘유명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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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산업안전·노동관계법을 준수하는 사업장에 외국인 노동자를 우선 배정하기 위해 도입한 ‘고용허가제 점수제’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이후 사망재해가 발생해 감점을 받은 사업장 중 인력 배정에서 탈락한 사례가 한 건도 없어서다. 외국인력 공급이 늘면서 점수가 낮은 사업장까지 인력을 배정받는 데다 사망재해에 따른 감점도 다른 항목의 가점으로 상쇄할 수 있어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일 고용노동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부터 올해 8월까지 안전보건조치 의무 위반으로 사망재해가 발생해 감점을 받은 사업장의 고용허가 신청 272건 중 271건에 외국인력 869명이 배정됐다. 유일한 미배정 1건도 사업주가 채용계획을 바꿔 인력을 받지 않은 경우였다.


고용허가제는 내국인을 구하지 못한 사업장이 정부 허가로 비전문취업(E-9) 외국인을 고용하는 제도다. 점수제는 신청 사업장의 외국인력 필요성과 노동관계법 준수 여부 등을 평가해 점수가 높은 순서대로 인력을 배정하는 방식이다. 2021년에는 사망재해 감점 사업장의 고용허가 신청 46건 모두 배정에서 탈락했고, 2022년에는 88건 중 28건만 외국인력을 받았다.


그러나 정부가 코로나19 이후 산업현장의 인력난 해소를 위해 외국인력 도입 규모를 대폭 늘리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E-9 외국인력 도입 규모는 2022년 6만9000명에서 2023년 12만명, 2024년 16만5000명으로 급증했다. 이와 함께 사망재해 감점 사업장의 외국인력 배정률도 2022년 31.8%에서 2023년과 2024년 모두 100%로 뛰었다. 임금체불 등 노동관계법 위반으로 감점된 사업장 역시 2023년부터 올해 8월까지 고용허가 신청 1562건 중 1533건에 외국인력이 배정됐다.


노동부는 2019년 고용허가제 점수제 개선 계획을 밝히며 문제가 있는 사업장은 외국인 고용이 어렵도록 관리하겠다고 했지만 현 배점기준 자체가 실질적인 불이익을 주기 어렵게 돼 있다. 사망재해가 발생하면 20점을 깎지만 외국인 노동자의 장기근속 비율이 높으면 15점, 사업주가 교육을 미리 받으면 5점의 가점을 준다. 두 항목만으로도 감점 20점을 모두 메울 수 있는 구조다.


노동부는 “점수제는 외국인력 배정 순서를 정하는 장치일 뿐”이라며 산업재해 사업장에 대한 제재는 별도의 고용제한 제도로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2021년부터 올해 8월까지 사망재해 감점과 고용제한이 함께 적용된 사례는 10건에 불과했다. 고용제한은 사업주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처벌된 경우 등에 한정되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현행 고용허가제 점수제는 이주노동자들을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없는 위험한 사업장으로 등 떠미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최정규 법무법인 원곡 변호사는 “산재 사망이 발생한 사업장은 일정기간 고용허가를 원천 제한하는 식의 제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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