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이직제한 풀면 지방 中企 줄폐업”
컨텐츠 정보
- 38 조회
본문
정부, 의무 근무 기간 단축 등 추진
일 배운뒤 바로 타기업 이직 가능성
6월 규제 완화땐 인력 공백 불가피
“근속 인센티브-체류연장 등 혜택을”
20일 경기 파주시의 한 승강기 제조업체 공장에서는 네팔, 캄보디아 등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 12명이 부품 조립과 용접을 하고 있었다. 이들 대다수는 한국어가 서툴러 스마트폰 번역기를 활용해 의사소통을 했다.
2024년 1월 입국한 베트남 출신의 찡모 씨(21)는 경기 포천시의 다른 공장에서 일하다가 1년도 채 되지 않아 이곳으로 이직했다. 찡 씨는 “월급, 수당 등의 기업 정보가 베트남인 커뮤니티에서 공유된다”며 “한국에 오기 전 비행기 티켓 등을 마련하려고 대출받은 친구도 많아 조금이라도 더 버는 곳으로 옮기려고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비숙련 외국인 근로자의 이직 제한을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중소기업 사이에서는 “현재도 일을 할 만하면 옮기는데, 지방 공장은 줄폐업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의 잦은 이탈을 부추겨 지역 제조업 기반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정부, 외국인 근로자 이직 제한 완화 추진
22일 노동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이르면 6월 말 ‘고용허가제 개편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고용허가제를 통해 비전문취업 비자(E-9)로 들어온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의무 근무 기간을 1∼2년으로 줄이고, 비수도권에서는 사업장을 자유롭게 옮겨 취업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의 인권과 직업 선택권을 보장하려는 취지다.
현재는 5개 권역(수도권, 충청권, 경북강원권, 경남권, 전라제주권) 내에서만 사업장 이동이 가능하고, 최초 사업장에서 3년간 의무 근무해야 한다. 지난해 전남의 한 벽돌공장에서 발생한 ‘지게차 괴롭힘 사건’에 이어 최근 경기 화성의 한 제조업체 대표가 태국인 노동자에게 ‘에어건’을 분사해 중상을 입힌 사건이 알려지면서 제도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산업 현장에서는 외국인 근로자의 이직 문턱이 낮아지면 바로 인력 유출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파주 승강기 제조업체 임원은 “지금도 돈을 조금이라도 더 받거나 인천이나 경기 안산, 시흥시처럼 외국인 커뮤니티가 잘 형성된 지역으로 가고 싶어 한다”며 “이동 제한이 풀리면 이런 분위기가 더 강해질 것”이라고 했다.
● “인구감소지역 직격탄… 인센티브 필요”
극심한 구인난을 겪는 지방 중소업체들은 지금도 사업장 변경을 요구하는 외국인 근로자와 사업주 간의 갈등이 적지 않다. 전남 여수시의 한 김치가공업체 임원은 “3년 계약 기간을 채우지 않고 배우자나 연인이 거주하는 지역 등으로 옮기겠다고 억지를 부려 내보낸 외국인이 최근 4년간 10명에 달한다”고 했다. 대구의 자동차부품업체 관계자는 “외국인이 없으면 공장 가동이 힘들어 장기 체류가 가능한 숙련 비자를 취득할 수 있도록 도왔는데도 비자를 받은 뒤 1년 만에 이직했다”고 전했다.
제조업뿐만 아니라 외국인 의존도가 심한 농업이나 임업 등은 충격이 더 클 것으로 우려된다. 강원 양구군의 한 임업업체 관계자는 “제조업이 더 일하기 쉽고 잔업도 많아 돈을 더 많이 번다는 인식이 강하다”며 “1년 전 미얀마 출신 근로자 2명이 퇴사 후 난민 신청을 하고 제조업체로 옮기기도 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근로자의 이동권 확대도 중요하지만 지역, 산업 특성에 따라 인력 공백을 막을 보완책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인구감소지역 등에서 성실하게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선 체류 연장 혜택이나 장기 근속 인센티브 등을 주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관련자료
-
이전
-
다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