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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이직 막으니 불법체류로…풀자니 中企 인력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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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파주시의 한 제조업체에서 일하는 방글라데시 국적 근로자 A 씨는 사업주로부터 괴롭힘과 폭언·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다. 사업주의 지시로 하루 종일 공장 밖에 서 있어야 했다고도 했다. A 씨는 5월 6일 관할 고용노동지청에 사업장 변경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업주가 “사고 예방을 위한 주의 조치였다”고 주장했고 지청이 이를 수용했기 때문이다. A 씨는 “당장 이 사업장을 벗어나고 싶지만 사업주 동의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외국 인력을 활용하는 고용허가제(E-9)의 핵심 제도 중 하나인 ‘사업장 변경 제한’을 둘러싸고 노동계와 경영계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노동계는 현행 제도가 인권침해를 유발하고 미등록 이주노동자, 이른바 불법체류자를 양산한다며 폐지를 요구한다. 반면 중소기업들은 사업장 변경 규정이 완화되면 외국 인력 확보가 더 어려워진다며 맞서고 있다.


29일 법무부에 따르면 취업비자로 입국한 전체 불법체류자 가운데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뒤 불법체류 상태가 된 인원의 비중은 3년 연속 약 70%에 달했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전체 불법체류자는 7만 5000여 명, 고용허가제 불법체류자는 5만 5000여 명 안팎을 유지했다. 국내 체류 고용허가제 인력 중 불법체류 상태로 이탈한 비중도 16%였다.


고용허가제 외국인 근로자는 원칙적으로 입국 당시 계약한 사업장에서 일해야 한다. 예외적으로 사업주 동의나 사업장 귀책 사유 등이 인정될 때 3년의 기본 체류 기간 동안 최대 3회까지 사업장을 바꿀 수 있다. 변경 허가를 받더라도 3개월 안에 새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면 출국해야 한다.


노동계는 변경 횟수 제한, 사업주 동의, 3개월 내 재취업 요건이 ‘삼중 족쇄’로 작동한다고 지적한다. 임금 체불이나 폭언·폭행, 열악한 숙소 문제를 겪어도 사업장을 벗어나기 어렵고 결국 일부 근로자가 불법체류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황필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노동자를 특정 사업장에 사실상 귀속시키는 구조가 문제”라며 “사업장 이동이 자유로워지면 임금과 근로조건도 개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영계는 일부 사업장의 인권침해 사례를 제도 전체의 문제로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고 반발한다. 힘든 일을 하거나 도심에서 떨어진 사업장에서 일하려는 외국인 근로자가 줄면 중소기업 인력난이 더 심해진다는 주장이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5년까지 고용허가제 인력 약 59만 명 가운데 사업장 변경 비율은 41.6%였다. 변경 사유는 근로자 측 사유나 노사 합의가 84.2%로 가장 많았고 사업주 귀책 사유는 12.9%에 그쳤다.


충남 아산에서 25년째 플라스틱 재활용 공장을 운영하는 B 대표는 “일부 문제 사업장 사례에만 집중되다 보니 태업이나 결근으로 변경을 압박하는 현장의 피해는 공론화되지 않는다”며 “내국인처럼 자유롭게 사업장을 옮길 수 있게 되면 어떤 외국 인력이 남아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전면 폐지와 현행 유지 사이의 절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국무부 역시 한국의 고용허가제의 사업장 이동 제한이 외국인 근로자를 착취에 취약하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지적해온 만큼 보완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일정 기간 근속한 외국인 근로자에게 같은 업종이나 권역 안에서 제한적으로 변경 기회를 주는 방안을 제시한다. 폭언·폭행, 임금 체불, 숙소·산업 안전 문제가 제기되면 우선 변경을 허용하고 사후 조사하되 태업·무단결근이나 허위 주장에는 재입국·사업장 배정 불이익을 주는 방식이다. 인권침해 사업장에는 외국인 고용허가 제한을 강화하고, 법 위반이 적은 사업장에는 인력 배정 우대 같은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규용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사업장 변경을 허용하되 인력 선호 지역을 제한하는 방식 등으로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정규 법무법인 원곡 변호사도 “입증 책임을 노동자에게만 지우지 말고 우선 사업장 변경을 허용한 뒤 고용노동부와 관계 기관이 사업주의 위반 여부를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종곤 기자 (ggm11@sedaily.com)

신서희 기자 (shsh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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